누군가를 기다리는 돈, 혹은 마음 – ATM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자동현금입출금기, 이른바 ATM.도시 곳곳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지만,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형 마트 한쪽 구석, 은행 외벽, 지하철 역사, 24시간 편의점 앞. 수없이 다양한 위치에 놓인 이 기계 앞에서 사람들은 늘 비슷한 자세로 서 있습니다. 작은 화면을 바라보고, 숫자 버튼을 누르고, 어딘가 잠시 멈춰 선 채 무언가를 계산합니다. ATM은 말이 없고, 감정이 없고, 오직 기능만을 수행하는 기계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앞에 서 있는 인간은 언제나 감정의 무게를 지닌 채로 서 있게 됩니다. 단지 돈을 꺼내러 갔을 뿐인데, 우리는 거기서 자존감, 피로, 불안, 체념, 조심스러움, 혹은 은근한 자신감 같은 것들과 마주하게 되니까요.그리고 그 짧은 1~..
2025. 7. 8.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버리고, 분류하고, 기억한다 – 분리수거장에서 시작된 성찰
도시의 모서리에 늘 존재하지만, 누구도 오래 머무르지 않는 공간. 분리수거장은 그런 곳입니다. 사람들은 거기서 조용히, 빠르게, 무언가를 ‘버립니다’.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 수명을 다한 것,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야 할 것들. 포장지, 병, 캔, 플라스틱, 종이.그곳은 말하자면 일상의 퇴장 장면이 쌓이는 무대입니다. 늘 무심한 표정으로, 바쁘게 들고 와 무언가를 내려놓고, 서둘러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공간. 냄새가 나고, 손이 더러워지고, 어쩐지 머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하지만 바로 그 분리수거장에야말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무엇을 샀고, 어떻게 소비했고,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버림’은 단순한 폐기가 아니라, ‘기억의 구조’가 작동하는..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