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는 마음들 – 고속버스터미널 플랫폼에서
왜 이렇게 사람들은 떠나려고 할까요.고속버스터미널 플랫폼에 서 있으면, 그런 질문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작은 캐리어를 끌고, 누군가는 허겁지겁 탑승구로 달려가며, 또 다른 누군가는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손을 흔듭니다. 정시에 도착한 버스가 시동을 끄고, 다리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가며, 기사님이 내리는 순간까지도 이곳은 언제나 긴장과 이완 사이를 오갑니다.이 공간은 누구도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은 떠나기 위해 여기에 오고, 플랫폼은 보내기 위해 존재합니다.그래서인지 이곳은 공항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기차역처럼 낭만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솔직합니다.이동, 분리, 재회, 불확실함—삶의 대부분은 사실 그렇게 구성돼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잠깐 머무르다 떠나는 이 플랫폼 위에서 사..
2025. 7. 18.
숨죽인 공간, 살아 있는 시간 -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삶의 속도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곳은 기다림과 불안, 침묵과 피로가 뒤엉켜 있는 공간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도,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차갑고 무거운 것도, 모두 그 불확실함 때문입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 누군가의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 병원 대기실은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다림 속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무게와 온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너무도 뻔하게 지나쳐버리던 것들—몸의 고단함, 관계의 균열, 시간의 속도—이곳에서는 도무지 외면할 수 없게 됩니다. 병원 대기실은 어쩌면 도시의 가장 조용한 철학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조용해서 귀를 막고 싶을 정도지만, 바로 그 침묵이 진..
2025.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