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자리에 앉는다는 일 - 공원 벤치는 말이 없다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말없이 놓인 벤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주목받는 것도 아닌 그 자리는, 언제든 누구든 앉을 수 있는 곳이지요. 공원 벤치는 어떤 선언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앉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위에 가방을 두고, 몸을 기대고, 마음을 잠시 눕히곤 합니다. 저도 종종 그런 벤치에 앉아봅니다. 아무 목적 없이 앉기도 하고,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오래 머물러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한 시간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어도,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무 말도 필요 없고, 어떤 행동도 강요되지 않는 자리. 벤치는 도시에서 유일하게, ‘존재만으로 충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햇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2025. 6. 30.
우리가 계단을 오를 때 생각하는 것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엔 애매하고, 굳이 몇 층 오르자니 조금은 숨이 찰 때. 그럴 때 우리는 계단을 선택합니다.별생각 없이 오르고 내리는 그 계단 위에서, 어쩌면 우리는 삶을 가장 명료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계단은 우리에게 물리적인 고됨만을 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걸음마다 힘이 들고, 무릎이 무거워지며, 점점 숨이 차오르지만, 그 안에는 도무지 수평적이지 않은 인생의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올라가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고, 내려가는 일은 무언가 아쉬움을 남깁니다. 멈추어 서 있는 순간조차도, 우리는 높이와 방향을 의식하게 됩니다. 왜 이 이야기를 쓰는지요?계단은 도시의 가장 단순한 구조물 같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 속에서 인간의 고독, 의지, 변화, 그리고 생각을 길러내는 철학적인 공간이기 때문입니..
2025. 6. 28.
우리는 매일, 수직으로 만난다
엘리베이터는 도시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 가장 먼저, 가장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자주 타고 내리며, 너무 익숙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작고 낯선 공간이야말로 도시의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엘리베이터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세계입니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낮에는 택배기사와 배달원이 잠깐 머물며, 저녁에는 퇴근한 이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다시 오릅니다. 이 수직 상자 안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아무 말도 없이, 가까운 거리에 서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흘러갑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요?엘리베이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
2025. 6. 27.
출근길의 윤리,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생각한 것들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시각에 지하철 플랫폼에 도착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열차는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앞 사람의 발 뒤꿈치를 따라 일제히 밀려 들어갑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익숙한 일상의 풍경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적인 감각, 그리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지하철은 도시의 혈관 같습니다. 수백만 명이 매일 출퇴근을 하며 무수한 정류장 사이를 지나가지만, 정작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은 철저히 기능적인 공간입니다. 신속하고, 정확하고, 침묵합니다. 다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거나, 눈을 감거나, 창밖의 터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요. 그 안에서는 감정도, 대화도, 심지어 시선도 최소화됩니다. 이 고요한 무관..
2025. 6. 25.